『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역 개발 이슈와 맞물려 부동산가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용산구 서계동 일대를 둘러봤다.
서계동은 서울 서부역 앞 도로 건너편에 있는 도심권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차량 통행이 쉽지 않은 골목길로 동네가 연결돼 있고 가파른 언덕배기에도 집이 들어 서 있다.
간혹 단층건물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주류를 이룬다. 이곳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1~2층짜리 단독주택을 허물고 여기에 3~4층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짓는 이른바 1차 재개발이 이뤄졌으나 이마저도 수명이 오래돼 많이 낡았다.
이 일대 허름한 건물에는 남대문 시장에 납품하는 소규모 가내 봉제공장과 부자재 생산 일터가 대거 들어서 있었지만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 이후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때 주민들은 고가도로 폐쇄를 강하게 반대했다. 남대문시장으로 차량 접근이 어려워지면 생계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서울시가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면서 이와 연계해 서계동 일대를 관광·문화 거점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이때부터 소외됐던 서계동에는 해빛이 들기 시작했다.
낙후지역의 부동산값이 급등해 벼락부자가 줄줄이 생겨났다.
서울시는 서부역쪽 도로변과 만리재길 주변을 6개 개발 구역으로 나눠 공연·호텔·도심형 주거복합 건축이 가능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고 그 안 쪽의 2개 구역은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설정해 3년 내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방안이 마련될 경우 특별계획구역과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밖에 간선도로변은 최대 2000㎡, 구릉지 일대는 500~1000㎡ 크기로 묶을 경우 재개발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이와 함께 국립극단에서 만리재 고개로 통하는 골목길 주변은 재정비 기법을 통해 문화·관광 거리로 조성하는 구상도 마련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 서계동 일대 부동산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떠 올랐다. 분위기가 무르읶자 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매물들이 죄다 회수돼 투자물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물론 가격도 엄청 뛰었다.
개발특별구역에 편입된 곳은 3.3㎡당 40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개발구역에서 제외된 좁은 골목길 주택도 2500만원 수준이다.
개발설이 나오기 전만해도 골목길 주택의 경우 1000만원 대에 불과했으나 서울시의 개발 구상이 나온 뒤 3배 가량 폭등했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반면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동산값이 너무 올라 승산이 별로 없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른다면 상황이 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너무 과대 평가돼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주변 부동산 업소의 진단이다.
더욱이 이곳은 기존 주택에서의 임대수익이 낮아 장기간 큰 돈을 묻어둬야 하는 처지다.
괜찮은 원룸의 임대수익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다른 지역과 비슷하지만 최근 매매가 자체가 너무 올라 투자 수익률은 형편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전세가율이 70~80% 대인 아파트를 사 두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초기자금이 적게 드는데다 가격 상승 여지는 많아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오히려 아파트가 나을 것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서계동 단독주택가는 목돈을 장기간 묻어둬도 타격이 없는 여유 층의 투자지대로 거론된다.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해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어 그만큼 리스크도 따른다. 이런 곳은 자금 여유가 풍성한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원룸이나 투룸의 다세대주택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특별계획구역이 아닌 곳은 재개발이 아닌 재생 방식으로 동네를 정비하도록 돼 있어 투자 메리트는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