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추경의 마지노선을 7월 임시국회로 잡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추경은 정부와 여당에는 상당히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간 날 때마다 강조하듯,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추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의 입장에선 정부조직법 역시 빨리 개정돼야 하는 사안이다.
일단 이 두 가지 사안을 생각해 보면 이렇다. 먼저 여당도 정부가 제출한 추경 원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일단 여당은, 추경에 대해 논의하고, 그런 과정에서 야당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도 일단 추경 심의를 받아들이고,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해 가며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경 문제에 있어 논란의 핵심은 바로 공공부문 일자리, 그러니까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야당의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으니,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부각시켜,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그렇다. 정권이 바뀌면 항상 등장했던 것이 정부조직법 개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은 과거 정권들보다 상대적으로 소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새 대통령이 자신의 정국 구상을 펼칠 수 있도록 일단 정부 조직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이다. 만일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지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개정을 반대하면, 공무원들이 마음잡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없고, 청와대의 장관 지명도 정지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비상시국인데, 나라만 더 어지러워진다.
바로 이런 점들을 야당은 명심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야당이 야당의 역할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인사를 견제하는 시스템인 인사청문회는 추상같이 날카롭게 진행하되, 정부조직법 개정 같은 문제는 좀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경이 여태 단 한 번도 통과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은 논의를 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야당이 청문회와 추경 그리고 정부조직법 개정을 일종의 세트로 생각해, 모두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국민들로부터도 결코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서 야당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야당이 야당답게 대여(對與) 투쟁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바로 여론의 지지라는 점이다. 그런데 여론의 지지는 태도의 합리성과 사안에 대한 이성적 접근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지금 야당의 태도가 과연 그런 기준에 합당한지, 야당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하나의 특정 정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아니라, 다양한 정당에 대한 다양한 지지의 표출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건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여당만 보이고 야당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야당을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가 절실하다. 그것도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에 지금이라도 이런 태도를 보이기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