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미 정상회담…美 언론은 왜 트럼프를 비판하나

입력 2017-07-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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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발언으로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많다. 이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 간 공동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인 결례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위태롭게 한다고 맹비난했다. LA타임스나 미국 경제방송인 CNBC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난처하게 해 미국 입장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 앞에서 굴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사회에 불신을 조장했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한미 FTA 재협상을 합의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양측 간 합의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 한미 FTA 재협상이 사실상 공식화됐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뒤통수 외교’에 말려든 모양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 언론이 일제히 트럼프를 비난한 이유는 무얼까. 바로 신뢰(信賴)를 무너뜨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회질서(社會秩序)와 신뢰가 지배하는 사회로 자부해 왔다.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기준점이 바로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넘어 사회질서와 신뢰가 지배하는 사회로 넘어갔느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합의에 없는 내용인 FTA 재협상을 발언하는 외교적인 결례를 범해 국제사회에 불신을 부추겼다는 것이 미 언론의 지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좋게 나온 것은 바로 문 대통령이 귀국 인사에서 말했듯이, 국민의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통해 보여준 수준 높은 민주주의 역량과 도덕성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더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평화적인 집회 질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도 충분히 인지하고 문 대통령과 대등한 한미 정상회담을 펼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사회는 법이 지배하는 사회로까지는 성장했지만, 사회질서와 신뢰가 지배하는 사회로의 진입은 아직 문턱에 서 있는 것 같다. 한미 FTA 재협상 관련 일부 언론이나 야당의 공세에서 보듯 분명히 잘못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뢰를 저버린 사람이 아니라, 신뢰를 지킨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 목소리일까.

최근 인사청문회에서의 무조건적인 야당의 비난이나 대선 과정에서의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은 우리나라가 사회질서와 신뢰가 지배하는 사회로 아직 넘어가지 못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산업적인 측면이나 민주적인 측면에서 세계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急成長)했다. 이젠 급성장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하고자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지도층을 보면 과연 선진국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일부 재벌들이나 기업 경영자들의 갑질 논란이나 정치권의 여전한 정치 공작,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사회 지도층의 민낯을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미래 세대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을 보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평화적인 시위는 법을 넘어 사회질서가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줬다. 청와대 앞 시위 허용도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질서를 지키며 평화적인 시위를 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례적으로 청와대 앞 집회를 허용한 것이다.

오늘날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들을 보더라도 ‘위로부터의 혁명’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지금과 같은 선진국의 모습을 보인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사회 지도층은 각성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권력 기반을 유지하고자 과거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합법만 내세워 법의 구멍을 피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법의 지배를 넘어 사회질서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동을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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