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국 주식시장이 이렇게 잘나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고객을 만날 수 있다.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경기회복기에 성과가 좋은 투자 대상인데 한국은 청년실업률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한국이 경기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고객들을 만날 때면 한국은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수가 부진하다고 해서 주가가 못 오르는 것이 아니며, 수출만 잘되어도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대부분이 수출비중이 높은 수출주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는 240여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 한국은 땅 크기로는 109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GDP 순위로는 세계 12위이고 수출 규모로 보면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만큼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관련 지표는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최근 관세청이 6월 수출 속보치를 발표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되어 온 수출지표 서프라이즈가 다시 반복되었다. 6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 금액은 31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4% 증가했고, 선박과 반도체 등이 수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선박의 경우 주식시장에서는 실제로 선박을 인도했을 때보다 2년이나 3년 전 즉, 선박를 신규 수주했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전히 한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식시장에 중대한 함의를 가진다. 그것은 IT업종과 해당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와 2위 종목은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의 50% 내외를, SK하이닉스가 20~25% 정도를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4차 산업혁명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하반기에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양호한 수익률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 하반기 펀드투자의 첫 번째 키워드가 탄생한다. 그것은 바로 시가총액 비율대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Index Fund)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인덱스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종목에 대한 전망을 배제하고 시가총액 비율대로만 투자하기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양호한 성과를 낼 경우 자동적으로 성과가 개선된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배당주펀드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하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은 배당성향이 20%인데, 선진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53%, 66%이고 일본과 중국도 각각 35%, 34%에 달한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곳간에 현금을 잔뜩 쌓아두고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다고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데,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은 신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 등을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배당을 늘릴 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배당을 늘릴 여력이 큰 기업의 주가가 많이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데 펀드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주펀드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키워드로는 중소형주펀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앞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인 대형주가 좋다고 해놓고 이제는 중소형주펀드를 주목하라고 하면 이는 모순이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는데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상승폭이 작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소형주도 투자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왜냐하면 중소형주는 2015년 5월부터 줄곧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작년 하반기부터에서야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을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형주는 대부분 내수기업이 많기 때문에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때 성과가 좋은데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11.1로 2011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서는 등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는 상태다. 그리고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상승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소형주는 대형주가 상승하고 난 이후 잠시 쉬어가는 사이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투자비중은 다른 펀드보다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생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선진국과 이머징 주요 경제 주체들이 동반 경기회복 양상을 보이면서 주식시장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기에는 인덱스펀드와 배당주펀드를 포트폴리오의 중심으로 하고 투자성향에 따라 중소형주펀드도 투자한다면 포트폴리오의 분산투자 효과를 만끽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