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지능이 날로 발달하면서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인간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이른바 섹스로봇의 등장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에 유명 컴퓨터과학자이자 셰필드대학교 교수인 노엘 샤키는 보고서를 통해 인간과 로봇이 성관계하는 미래가 성큼 다가온 만큼 우리 사회가 미칠 파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최근 영국 BBC가 보도했다.
섹스 로봇은 쉽게 말해 인공지능과 섹스 인형이 결합한 것이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섹스 인형 ‘리얼 돌(Real Doll)’은 2015년에 생산됐고, 미국의 어비스크리에이션(Abyss Creations)은 올해 말 시판을 목표로 인공지능형 섹스로봇 ‘하모니’를 준비 중이다. 1만5000달러(약 1700만 원)라는 고가임에도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감 있는 로봇을 위한 재단(FRR)’을 운영하고 있는 샤키 교수는 섹스로봇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아동의 외형을 딴 섹스로봇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섹스로봇의 사용처로 △매춘부로 일하는 로봇 △독신이나 노인을 위한 성적 파트너 △성적 치유를 위한 새로운 수단 △강간범 또는 소아성애자를 위한 성적인 치료법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했는데 이 중 강간범과 소아성애자를 위한 치료 목적의 섹스로봇은 성폭력이나 아동학대와 연관돼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샤키 교수는 “섹스로봇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정책당국과 일반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사안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아동의 외형을 딴 섹스 인형을 소유하고만 있어도 불법이며 실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에 거주 중인 케네스 해리슨은 하루미디자인이라는 일본 회사에 아동 외형의 섹스 인형을 주문했다. 캐나다 정부의 감시 명단에 이 업체 이름이 올라가 있어 인형은 공항에서 압수됐고 해리슨은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의 로봇 윤리학자 캐슬린 리처드슨은 아동의 외형을 딴 로봇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노엘 샤키 교수의 논문에는 동의하지만 섹스 인형 전체를 금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캐슬린 리처드슨 교수는 “문제의 요지는 인형 그 자체가 아니라 상업적 성매매다. 섹스로봇은 포르노의 또 다른 유형일 뿐이다”라며 “이 논문은 ‘왜 섹스 인형은 주로 남성의 성적 취향에 의해서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하는가’와 같은 젠더 문제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런 로봇이 필연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