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기업의 수가 대폭 늘어난 가운데,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적은 스팩주에 단기 투자세력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병 대상 기업의 사업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며 맹목적인 투자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닥시장에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은 11곳에 달한다. 지난해 12개 기업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올해 3월부터 12일까지 스팩 합병 상장이 승인됐거나 심사 중인 기업은 총 15곳에 달한다.
현재 거래소 상장심사가 진행 중인 스팩주는 대우스팩3호(메디오젠), 교보5호스팩(나무기술), 케이비드림투게더제4호스팩(이엑스티) 등 10개 기업이다. 스팩의 경우 3년의 만기 기간 안에 합병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되기 때문에 만기를 앞둔 스팩 기업들의 상장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스팩 합병 대상 기업의 경영진 및 재무 상황, 합병 대상 기업의 사업 계획 및 기업가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팩 발기인에 따라 합병 상장 성공 여부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고, 합병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실적 부진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팩은 비교적 낮은 주가로 인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몰려 주가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변경 상장의 특성상 대부분 투자자들이 상장 직전까지 저가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합병 상장이 결정되면 매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합병 상장이 승인된 기업조차 현저한 주가 급등락 현상을 보였다. 글로벌텍스프리와 합병을 통해 9월 상장 예정인 유안타제1호스팩은 증권정정신고서를 제출한 지난달 30일 직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1780억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 전망에도 장중 기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켐트로스와 합병 소식에 지난달 말 6거래일 동안 주가 상승률이 200%에 육박한 케이프이에스스팩 역시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며 장중 1만 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5000원 선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의 시장에서 코스닥 중소형주 시장에 수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실적이 수반되지 않으면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스팩 상장으로 들어오는 기업의 펀더멘털 및 성장성이 뒷받침돼 실적 상승 전망을 예측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