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교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통해 “양해각서를 교환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요즈음엔 양해각서 대신 “MOU를 체결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시대는 국가 차원에서는 외국과, 각 회사나 기관에서는 외국이든 국내든 타 회사 타 기관과 뭔가를 협약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자주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이다.
‘양해각서’는 한자로 ‘諒解覺書’라고 쓰는데 각 글자는 ‘믿을 양’, ‘풀 해’, ‘깨달을 각’, ‘글 서’라고 훈독한다. ‘覺’은 ‘드러내다’, ‘밝히다’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諒解覺書’를 글자대로 풀이하면 ‘믿고 이해하여 드러내 밝히는 글’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당사국 사이의 외교 교섭 결과 서로 믿어서 이해하게 된 내용을 확인하고 밝히기 위해 정식 계약 체결 전에 작성하는 문서”를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엔 양해각서 대신 영어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인 MOU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면 “이해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해두는 메모”라는 뜻이다. 따라서 ‘비망록(備忘錄:망각에 대비하는 기록)’이라는 번역이 훨씬 더 타당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諒解覺書는 사용하지 않고 備忘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understanding’을 ‘양해’라고 번역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understanding’을 ‘이해’, ‘깨달음’, ‘식별’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지 ‘양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양해’라는 말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상대방의 사정을 헤아려 너그러이 용서하고 받아들임’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understanding’을 ‘양해’라는 말로 처음 번역했는데 우리는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