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고령화가 대외신인도 하락과 자본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자칫 외환위기까지 초래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대목이다.
26일 한국은행 국제국 임진수 차장과 김영래 조사역이 공동 발표한 ‘고령화가 대외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는 대외투자자산을 축소시키고 외화조달 원천을 줄여 대외지급불능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줘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실제 생애주기가설 모형을 통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54개국의 대외투자자산과 국내총생산(GDP)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령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노년부양률이 1%포인트 올라갈수록 대외투자자산은 1.4%에서 1.8%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속도가 1%포인트 빨라지면 대외투자자산은 2.91%에서 3.7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감소세는 선진국(1.04% 감소)보다는 우리나라 등이 포함된 신흥국(5.06% 감소)에서 더 급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외투자자산을 의결권 행사 등이 가능한 대외직접투자자산과 단순 투자목적인 대외증권투자자산으로 나눠볼 경우 노년부양률은 대외직접투자자산에만 영향을 미친 반면 고령화속도는 양쪽 모두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 노년부양률이 1%포인트 늘어나면 대외직접투자자산은 2.1% 감소한 반면, 고령화속도는 대외직접투자자산을 3.50%, 대외증권투자자산을 3.99% 감소시켰다.
임진수 한은 차장은 “고령화 진전이 외환부문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고령화에 따른 외환부문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하는) 자산 말고도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는) 부채 쪽도 고려해봐야 한다. 고령화가 부채쪽에서 일부 긍정적인 부문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위기로 연결하는 분석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