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BOK)이 야심차게 준비한 인구고령화보고서가 첫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꼭 12년 전인 2005년에 발간한 띠동갑 보고서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인구고령화 보고서 시리즈가 12년전 보고서와 사실상 같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2005년 발간한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및 보도참고자료(왼쪽)와 지난주 발간한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와 보도참고용 요약자료.](https://img.etoday.co.kr/pto_db/2017/07/20170711095602_1093549_600_450.jpg)
이중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2005년 9월 한은이 발간한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와 제목부터 유사하다. 당시 집필자 역시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3명 중 한 명으로 같다. 문제는 유사한 방식에 유사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실제 두 보고서의 분석방법을 보면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모형과 동태적 연산가능일반균형(dynamic Computalbe general Equilibrium, CGE)모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분석기법이 유사하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두 모형을 모두 사용한 반면, 2005년 보고서는 두 모형을 소개하고 CGE모형만을 사용했다. 정년연장, 여성인력 활용 등 경제활동참가율 확대, 해외노동인력 유입과 총요소생산성 제고 등 시나리오별 분석은 똑같다.
다른 점은 통계청이 추산한 인구추계 정도다. 2005년 보고서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을 전후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 반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2016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 중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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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근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빨라지고 있는 고령화 수치만 분석에 대입한 셈이다. 실제 이를 반영하듯 2005년 보고서에서는 고령화 전망에 따른 성장률 추이를 2011~2020년 3.43%, 2021~2030년 3.33%, 2031~2040년 2.64%, 2041~2050년 1.45%로 봤다. 반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2016~2025년 1.9%, 2026~2035년 0.4%, 2036~2045년 0%, 2046~2055년 -0.1%로 예측했다.
앞선 시나리오별 분석에 있었던 내용을 반영해 인적자본을 축적하고 유효 노동력을 확충하며, 연구개발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을 꾸준히 높일 경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도 유사하다. 2005년 보고서에서는 성장률을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에서 1.3%포인트 높일 것으로 봤다. 반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2055년까지 0.9%포인트에서 1.4%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지난 보고서에서는 인구고령화 속도를 늦추자는 시나리오별 결론 외에도 질적성장을 강조해 차이점을 보였다. 지난 보고서에서는 “해외노동인력 유입, 경제활동참가율 확대, 정년 연장 등 단순한 노동투입의 확대는 성장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우리 경제가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제도의 개혁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을 보유한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기술 및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물적자본 축적과 우수 인적자본을 결합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결과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통계청 인구추계가 2005년 이후 2010년에 새롭게 나오면서 새로운 상황에 맞춰 분석해 볼 필요가 있었고, 과거 분석 모형을 개선한 부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고서 부록에 (동태적 CGE모형과 관련해) 2011년과 2008년 내용을 수정·요약한 것이라고 밝힌 부문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