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을 생산하는 화학ㆍ전자업체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LG그룹이 있다. LG는 그룹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장부품 협업 체제를 갖추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였던 스마트폰 사업이 몇 년간 부진에 빠졌지만, 자동차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재도약 중이다.
LG 계열사들이 GM의 전기차 볼트(Bolt) 부품을 절반 넘게 공급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금융그룹 유비에스(UBS)는 최근 발간한 ‘전기차 해체’ 보고서에서, LG 계열사들이 볼트의 생산비용 가운데 56%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유비에스 연구팀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볼트 전기차를 해체해 각 부품의 공급업체와 생산 단가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LG화학이, 또 다른 핵심부품인 전기모터는 LG전자가 공급한다. 인포테인먼트 모듈은 LG디스플레이가 담당한다. 전기모터와 기어박스, 인버터, 고압케이블, 충전기 등 자동차의 동력을 제공하는 파워트레인의 경우 LG 계열사들이 볼트 전체 구성품의 87%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은 그룹 계열사와 수직계열화를 통해 협업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차량용 경량화 소재 등 내외장재는 LG하우시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발은 LG CNS가 각각 맡고 있다.
유비에스가 볼트를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 차량인 골프와 비교한 결과, 전기차는 배터리를 제외하더라도 내연기관 차보다 3000달러 정도의 전자부품이 더 들어갔다. 이는 전기차 시대에 전통적인 부품업체보다 화학ㆍ전기업체들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유비에스의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도 2일 발간한 ‘전기차 대해부’ 보고서를 통해 “IT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제품이며, 극한 상황에서의 작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랜 협업과 충분한 검증을 통한 레퍼런스 확보가 필요하다”며 “LG전자는 국내 업체 대비 빠른 시장 진입으로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모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향후 전장시장에서의 성장을 주목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