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금융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명확하다. 대출금리를 내리고, 보험료를 깎고, 영세업체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는 등 쉴 틈도 없다.
금융회사는 소비자들의 돈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공공재적인 성격도 짙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금융 정책들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는 모두 난관에 부닥친 금융회사들이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자살보험금 때도 그렇고, 생명보험협회가 하는 일이 뭐 있습니까, 기대도 안 합니다.”(A생보사 직원)
“손해보험협회 기능 자체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B손보사 직원)
“여신금융협회는 금융권 협회 가운데 가장 뒤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답답합니다.”(C카드사 직원)
협회를 바라보는 금융사 직원들의 뒷담화는 생각보다 차갑고, 신랄하다.
협회장을 평가할 때 수십 년의 업계 경력, 유창한 언어, 폭넓은 인맥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운털이 박힐지라도 업계의 입장을 나서서 건의할 수 있는 배포(排布)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금융회사들이 몰라서 그렇지, 협회장님이 조용히 다 만나고 계십니다.” 협회의 역할을 물을 때마다 한결같이 되돌아오는 답변이다.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실손보험 적자 책임이 보험업계에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냈다. 의료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성명이었다.
‘침묵은 금(金)’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때 침묵의 미덕을 이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협회장의 공적은 정부나 금융소비자에게 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했는지에서 평가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외면한다면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협회장의 침묵은 금(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