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개월 만에 정부 부처 장차관급 인사가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을 보면 관료, 정치인, 교수가 골고루 발탁됐다.
교수·시민단체 출신 등 어공(어쩌다 공무원) 주도의 정책 동력이 커진 반면, 늘공(늘 공무원)은 자신만의 색채를 못 내고 있는 모습이다.
저성장과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부처 간 팀워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초대 내각의 구성을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경제 현안을 풀어갈 적임자로 평가받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목소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선 캠프·정치인 출신, 교수 등 어공에 둘러싸여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김 부총리는 세법 개정안(부자증세)과 8·2 부동산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청와대 참모진 등에 밀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목소리를 못 냈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초기 기재부 직원들에게 토요일 카톡(카카오톡) 금지 등 ‘기 살려 주기’에 나섰던 김 부총리가 오히려 기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 부총리는 지난 경제현안간담회를 통해 “경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시장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김 부총리의 노트 속에 담긴 핵심 키워드를 ‘늘공의 턴어라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DY.afteryou)을 통해 “앞으로는 조금 더 제 몸 관리를 잘해서 유쾌한 반란을 통해 저 자신, 제가 하는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는 메시지를 올린 바 있다.
‘유쾌한 반란’,‘자기다움’ 등의 표현을 두고 일각에서는 ‘늘공의 탈환’을 예상하고 있다. 치밀한 예산통으로 불리는 김동연 부총리의 기합 잡기가 ‘지출 구조조정’에 쏠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휴가 중 출근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김 부총리는 내년 ‘11조 원 + ∝’ 규모의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예산안 제출을 앞둔 상황에서 어공 실세 부처 장관과의 ‘예산 전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돈다.
벌써부터 부처 실무진 사이에서는 김 부총리가 ‘예산 칼자루’를 쥔 만큼 김동연 패싱(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제외한 정책 결정 현상)이 아닌 어공 패싱이 될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정부 관료를 지낸 한 경제학 교수는 “강한 메시지로 인기를 얻는 어공과 달리 늘공은 정책을 고민할 때 리스크를 고민한다. 개혁이 필요한 시기는 맞지만 시장의 충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공들도 법 개정까지는 당장 180도 달리진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김상조 효과’로 불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며 “어공의 개혁바람을 늘공인 부총리가 균형 있게 잡아주면서 당면 과제를 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