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높은 무역장벽과 계속해서 나오는 새로운 규제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중국은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반드시 중국 국영기업들과 합작사를 세워야 한다.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현지 합작 파트너는 종종 ‘통행료 징수원’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중국은 지난 4월 자동차산업에서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합작 의무 규정을 철폐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일정과 세부사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지시한 자동차 리콜의 99%가 외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내 자동차 판매에서 외국 기업 비중이 60%였던 것과 대조된다.
중국 주재 유럽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중국 내 생산차량을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기술유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자동차업체 대부분은 중국에서 자사 전체 이익의 최소 4분의 1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이런 비합리적인 조치를 감내하고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 APCO월드와이드의 짐 맥그레거 회장은 “자동차업체들은 잘 나가는 보트를 흔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중국에서 정말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아른트 엘링호스트 에버코어 애널리스트는 “특히 수입산이 대부분인 럭셔리 자동차가 중국에서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중국 이익이 세계 다른 곳보다 두 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합작사와의 50대 50 지분 구조에도 외국 업체들은 라이선스와 로열티, 합작사에 대한 부품 판매 등 높은 마진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시장의 고성장세도 이들 업체가 좋은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BMW는 올해 상반기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유럽은 2.2% 증가에 그쳤지만 중국시장 성장률은 무려 18.4%에 달해 전체 판매는 5% 늘어났다. 메르세데스는 올 들어 7월까지 미국 판매가 전년보다 1.8% 줄었지만 중국에서는 34% 급증했다.
에버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글로벌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1%, 세전이익은 49%를 각각 기록했다. 아우디는 세전이익에서 중국 비중이 무려 56%에 달했다.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의 압도적인 이익으로 외국 업체들이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며 “이에 업계는 현지에 계속 남아있고자 중국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어젠다를 밀어붙여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낮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