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국 와이오밍 주의 한적한 산골마을 잭슨홀에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다. 24~28일(현지시간) 열리는 이번 잭슨홀 연례 경제심포지엄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재닛 옐런 의장의 마지막 참석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 때는 ‘매파’ 발언으로 달러화 강세를 유도했다. 그는 “지난 196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평균 7%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장기적으로도 3%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고용시장의 견실한 회복세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에 비춰 볼 때 최근 몇개월간 금리인상을 위한 근거가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옐런의 발언에 지난해 잭슨홀 미팅 이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무려 19주간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 이외에도 옐런의 향후 거취를 놓고 온갖 관측과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의 임기가 내년 2월 끝나는 가운데 재임명이 매우 불확실해졌기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옐런을 재신임할지 또는 새로운 의장을 지명할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옐런 의장은 지금 매우 잘하고 있으며 나는 그를 존경한다”며 “옐런은 여전히 두 번째 4년의 임기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대해서도 “나는 그를 연준 의장 후보로 염두에 둔 것이 맞다”며 “오랫동안 콘과 알고 지냈는데 같이 일을 하면서 그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고 칭찬했다.
트럼프의 모호한 태도에도 시장은 옐런이 사실상 단명 의장이 되고 게리 콘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27~2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콘이 차기 의장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100점 만점에 75점에 달했다. 옐런은 55점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차기 의장으로 유력한 후보에게 3점을, 2위에는 2점을, 3위에는 1점을 각각 주도록 해 점수를 매겼다. 이 두 사람 외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학장,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옐런 의장은 그동안 자신의 임기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최대한 말을 아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나는 지금까지 (내년) 2월 초에 끝나는 연준 의장 임기는 완전히 채우겠다고 말해왔다”며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어떤 것도 얘기할 것이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향후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답변을 자제했다. 지난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도 “의회가 부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현 시점에서 연임 문제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거듭 역설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옐런은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올 들어 기자회견과 청문회 등에서 점진적 금리인상을 재차 강조하면서 ‘비둘기파’적인 면모를 보인 것이다. 차기 의장이 누가 되든 후임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옐런 의장이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등 파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이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리고 연내 자산규모 축소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옐런이 이를 넘어서는 발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