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글로벌 선사에 체급 밀려…해운 시황 회복도 기대이하

입력 2017-08-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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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 1년' 유일 대형 국적선사로 남았지만…선복량 늘어도 시황 안좋으면 다시 위기

31일은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2016년 8월 31일)에 들어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의 대형 국적선사는 이제 현대상선만 남았다.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았지만 국내 선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이고 빠른 지원이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부의 지원에도 해운 시황이 기대에 못 미치면 현대상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 판돈이 없어서 문제 = 현대상선이 외국 선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운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선복량(적재용량)을 보면 글로벌 해운사와 국내 선사의 체급 차이가 드러난다.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선복량이 390만TEU에 달한다. 중국의 COSCO도 China shipping과 OOCL을 인수해 244만TEU로 몸집을 키웠다. 일본 역시 3개선사(NYK·K-LINE·MOL)가 통합해 144만TEU의 Ocean Network Express로 재탄생했다. 반면에 현대상선은 34만TEU 수준이다. 컨테이너선사 2위권인 SM상선도 12만TEU에 불과하다.

해운업계는 해외 선사들의 선복량 확대보다 인수·합병(M&A)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무조선 선복량을 확대한다고 해운사가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며 “원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개별 회사 규모를 키우는 차원에서 해외 선사들이 정부 주도 아래 M&A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상황이 해외 선사와 다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M&A를 진행할 해운사가 없는 상황이다. 차선책으로 선복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앞서 AT커니가 현대상선의 선복량을 100만TEU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선복량 확대를 위해서는 약 9조9000억 원이 필요하다. 선박 발주 5조6000억 원, 컨테이너 박스 확보 3조3000억 원, 국내 터미널 지분 인수 및 고비용 용선 정리 1조 원 등이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상선에 지원하려는 자금은 1조 원이 채 안 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해운업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만들어 초대형 선박 발주를 돕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통해 약 9000억 원을 지원받아 대우조선해양과 초대형유조선(VLCC)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본계약 소식은 넉 달째 들리지 않는다. 선박 신조 프로그램이 아직 출범조차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신조 발주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판돈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금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아시아 노선과 네트워크를 더 많이 인수한 것도 정부가 지원금을 통제하는 현대상선과 달리 오너십 아래 베팅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운 시황 운명 가를 듯… 내실 강화가 우선 =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운명이 선복량보다 해운 시황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해운 시황이 살아나지 않으면 현대상선이 선복량을 확대해도 유동성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운업이 심각한 불황을 겪은 배경으로 선박 공급 과잉이 꼽힌다. 2013년 이후 국내외 선사들이 1만8000TEU 이상 초대형 선박을 대거 발주하면서 선박 공급이 크게 늘었고, 운임 지수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TEU)는 2015년 2월 말부터 10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2016년에는 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올 들어 SCFI는 800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운 시황 회복이 기대보다 느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중국 COSCO, 프랑스 CMA-CGM 등 해외 선사들이 2만TEU가 넘는 초대형 선박 발주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코스코와 CMA-CGM의 선복량이 2년 안에 41만TEU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 발주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선박 가격이 낮아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선박 발주부터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므로 시황이 좋아지면 운임이 오르고 선박도 부족해져 비싼 용선료를 주고 배를 빌려야 한다. 현대상선이 대우조선해양에 VLCC를 발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해운 시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공급 과잉으로 해운사들은 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국내 해운사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몸을 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이 같은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2018년까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생존을 위한 체력 확보를 위해 ‘영업이익 창출’, ‘부채비율 400% 이하 고수’ 등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8년 말 이후 일본 3사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완료에 따른 미주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가 경쟁이 확대되는 치열한 시장경쟁 상황에 대비해 재무구조 개선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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