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휴대폰 업체들이 애플에 밀려 자국 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지쯔가 최근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가운데, 소니 등 다른 업체들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1일 마켓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2017년 2분기 일본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발표했다.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절대적 수준이었던 90%에서 아이폰 등장 이후 2009년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하다 최근 40%로 떨어졌다. 일본회사들은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전세계 휴대폰 물량의 약 15%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를 이뤘다. 그러나 2009년을 기점으로 삼성과 애플에 밀려 전 세계뿐 아니라 자국내에서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2분기 일본내 업체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애플이 45.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소니가 16.1% △샤프가 9.3% △후지쯔가 6.0% △삼성이 4.9% △교세라가 3.6% △기타가 14.9%를 차지했다.
특히 400달러(약 45만 원) 이상 스마트폰 시장서 후지쯔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이들 고객들은 소니, 삼성 등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망했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 연구원 “일본의 강자인 애플 역시 최고급 프리미엄 시장과 함께 SE, 아이폰6 중심의 중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삼성은 갤럭시S8과 새롭게 출시되는 갤럭시노트8 등을 통해 후지쯔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고객대를 흡수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의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최근 일본 후지쯔 사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후지쯔는 이미 2016년 2월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비핵심사업으로 분류하면서 분사했고, 이후 1년6개월 만에 휴대폰 사업을 전면 매각했다. 후지쯔는 2000년부터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으며 도시바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2000년 초반 11개의 일본 휴대폰 기업 중 후지쯔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전통 가전업체 중에는 소니, 샤프, 교세라, 파나소닉 4개 업체 만이 남게됐다.
박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중저가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다소 낮은 편”이라며 “글로벌 업체의 시장 확장 및 신규 중국업체의 중저가 시장을 적극 공략에 따라 이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시장 점유율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까지 낮아져 사업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율이 약 90%이상 도달하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향후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업체들이 이에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후지쯔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