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중재 등 대체분쟁해결제도(ADR) 전문가인 랜달 레이더(Randall Rader) 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은 5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레이더 전 법원장은 2014년 6월 퇴임한 뒤 중재, 조정과 법률컨설팅 등을 전문으로 하는 더레이더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특허 분쟁서 중국 법원이 뜬다=레이더 전 법원장은 기업이 유리한 관할법원을 찾아가는 '포럼쇼핑'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레이더 전 법원장이 보기에 9개월만에 모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중국 법원은 기업이 찾고 싶은 법원으로 앞서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에서 진행된 소송은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기업활동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레이던 전 법원장은 "한국 역시 세계 6, 7위를 다투는 시장을 갖고 있고, 훌륭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현재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가져오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속도와 비용, 예측가능성 등 3가지 조건을 갖추면 기업들이 찾아가는 법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기업 '중재' 적극 활용하길"=레이더 전 법원장은 소송을 통한 분쟁 해결에 익숙한 한국 기업들에게 '중재'를 제안했다. 그는 "한 번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게 중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공개 법정에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비밀이 절대 보장되고, 비용 절감 효과 역시 크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과 애플이 벌인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양사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게 됐고, 각 회사 자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활용해야 한다는 경험을 얻었을 것"이라며 "두 기업은 이 소송에서 많은 비용이 들었다. 앞으로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허괴물 'NPE'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 없어"=이날 인터뷰를 함께 한 바바라 린(Barbara Lynn) 텍사스 북부 연방지방법원장은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금융회사(NPE)'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연구 인원이 많은 대학도 하나의 NPE라고 할 수 있다"며 "미국 특허제도에서 창의성만큼은 (제대로)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제가 아는 한 미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이라고 해서 미국 법원에서 부당하게 패소한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레이더 전 법원장과 린 법원장은 6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리는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전세계 지적재산권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적재산권의 중요성' 등에 대해 토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