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리천장’을 겪는 여성 금융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낌없이 조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 기조 연설자로 나서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정부정책과 기업문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경제인들 'M'자형 그래프 겪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이 여성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법적 시스템을 갖춘 국가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활동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순위가 낮고, 특히 여성이 임원 관리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경제인들이 ‘M’자형 그래프 현상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M자형 그래프란 여성들이 고학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양육문제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다시 사회에 복귀했을 때 예전 경력만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나 역시 자녀가 2명인데 경력을 관리하는 동안 ‘M’자형 그래프를 경험했다”며 “베이커 앤 맥켄지에서 변호사를 일할 때 출산으로 근무시간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내 파트너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때 올바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 경제인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 복지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가정도 꾸리고, 직업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사회적 통념도 깨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법적제도가 잘 마련돼 있고, 좋은 정책도 있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교육을 개선하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할 수 있고, 이는 문화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화적 변화를 통해서 여성이 인정받고, GDP 산출할 때 여성의 기여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성 경제인 활동 정부ㆍ기업 노력 매우 중요= 라가르드 총재는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면 출산율 문제, 여성의 사회 재진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지 않는 국가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며 “예를 들어 프랑스, 아일랜드는 출산율이 높은 국가로 꼽히는데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재진입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기업 역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결책의 일환으로 여성임원할당제를 꼽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에 많은 국가에서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인도는 그 비율이 5%에서 10%로 올랐고, 말레이시아 주요 기업에서 여성임원비율이 2배 늘었으며 유럽 국가에서도 많은 개선 있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여성임원비율이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참여율이 높을 수록 기업 성과도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IMF 연구를 보면 임원진에 여성을 한 명 더 추가하면 8~14% 정도 기업의 성과가 올라간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한국의 44세 남성으로부터 육앙휴직을 하면 승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남성이 가사에서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금융인들에게 멘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나도 멘토가 있었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 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를 알려줬다"면서 "어떤 수업을 받든지 현실에서 부딪혀봐야 하고 이런 것들은 진정한 멘토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에서도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나와서 한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길 바란다”며 “한국 정부의 노력을 IMF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