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개월 만에 또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굴욕을 겪었다. 내달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둔 시진핑 국가 주석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S&P는 성명에서 “오랜 기간 지속한 중국의 부채 증가세로 경제와 금융 방면 모두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해 강등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그동안 세계 경제시장의 원동력 역할을 했으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부채를 졌다고 지적했다. S&P는 “중국의 강력한 신용성장이 실질 국내 총생산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에 기여했지만 금융 안정성이 감소했다”며 “경제적 재정적 위험이 증가됐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중국의 부채위험을 경고한 것은 S&P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무디스도 부채 급증을 이유로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리비움 차이나의 앤드류 포크 공동창업자는 “중국에 부정적인 이슈”라면서 “국제사회의 실망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20년까지 5.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경제 성장과 재무건전성 강화라는 상반된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중국 당 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중국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 대회를 다음 달 18일 개최할 예정이다. 당국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실상 3연임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경제적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온 시진핑 국가주석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중국이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책을 갖고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갖추고 있다”면서 “해외 순투자 규모도 크고 무역 흑자 규모도 큰 편”이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강등을 예상했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미 셰 싱가포르 OCB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이미 무디스의 등급 하향 이후 S&P의 강등을 추측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강등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