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에 착수한 이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한국 사회 ‘적폐’로 지목된 전경련은 자성의 의미에서 대규모 인력·예산 감축 약속과 함께 한국기업연합회(이하 한기련)로의 단체명 변경을 선언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경련의 간판은 그대로다. 사단법인인 전경련이 단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정관변경 신청 승인이 필요하다. 전경련은 내부적으로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정관변경을 결정하고 산업부에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전경련에서는 정관변경 신청 전 단계인 이사회와 총회도 열리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와 총회 개최 전에 승인 여부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협의가 필요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승인 여부 관련)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이사회와 총회 전에 산업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산업부 장관 인사를 비롯해 국·실 실무자 인사이동 등의 이슈로 제대로 이야기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전경련은 대규모 인력·예산 감축을 비롯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경련 측에서 나서야 하는 문제인데 (정관변경을 위한)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는 상태”라며 “사단법인의 정관변경 신청이 접수될 경우 일반적으로는 승인하지만, 이번 경우는 특별한 경우라 부처 내부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결정권을 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원칙론을 강조하며 ‘허가 취소’를 언급했다는 점도 전경련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백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7월 취임한 백 장관은 이달 3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