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는 사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와 지분 투자를 통해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SK㈜가 이번엔 패션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 투자 세부안을 논의했다. 지난 2월 글로벌 패션 브랜드 투자에 대한 안건이 보고된 이후 7개월 만에 보다 진전된 계획이 논의된 것이다.
SK㈜의 이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동현 SK㈜ 사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사내·외이사 7인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번 안건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글로벌 패션 브랜드 투자안에 대해 첫 보고를 받은 뒤 해외 트렌드와 시장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사업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북미·유럽 패션 브랜드를 투자 대상으로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 형태로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장기적인 사업적 시너지보다는 배당 등 수익성이 높고 투자자금을 회수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인 브랜드 위주로 투자 대상을 추릴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인 SK네트웍스가 지난해 12월 패션사업을 매각하며 현재 패션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더라도 직접적인 사업 시너지가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가 성사된다면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더욱 화려해질 전망이다. SK㈜는 올해를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M&A와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통상 계열사 주식 보유를 통한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를 수익원으로 삼는 일반 지주사와는 달리 장동현 사장을 필두한 임직원들이 해외로 직접 뛰며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금액 기준 M&A 거래 상위 10위권사에 지주사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릴 정도다.
SK㈜는 최근 SK실트론을 인수를 마루리하고 그룹의 성장 동력인 반도체 부문의 수직 계열화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세계적 제약회사인 BMS의 아일랜드 생산공장을 통째로 인수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2위 물류기업인 ESR(e-Shang Redwood Group)에 투자해 급성장 중인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대응에 나섰으며, 전 세계 공유경제 확산에 맞춰 미국의 1위 개인간(P2P) 카셰어링 기업 투로(Turo) 투자도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투자안은 FI로 투자하려고 검토하는 것 중 하나로, 2월에 이어 9월에도 이사회에 보고 안건으로 들어갔지만 아직 확정되거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