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비리에 칼을 빼 든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건설·부동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되레 막대한 이권이 걸린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음성화와 꼼수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전면 개선 방안은 재건축 사업 입찰에서 건설사가 설계와 공사 등 시공과 관련한 사항만 제안할 수 있게 못 박는 내용이다. 시공과 무관한 이사비나 이주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을 제시하면 입찰을 무효화한다.
또한 홍보단계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해 건설사가 10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건설사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경우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 입찰을 할 수 없다. 시공권 역시 박탈된다. 사전에 홍보 요원 명단을 등록하고 홍보 부스를 1개로 제한해 과한 홍보를 막는 안도 포함된다.
아울러 정부는 조합 임원에 대해 공무원에 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판단,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넣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시도가 재건축 사업의 음성화를 야기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개선안이 처벌 일변도여서 정부의 철퇴를 피하려는 신종 탈법 행위가 나올 수 있다”며 개선안의 실효성을 우려했다.
재건축 비리 논란을 촉발한 반포1단지의 경우 공사비만 2조6000억 원 규모다. 사업에 걸린 이권이 워낙 커 법망을 피한 치열한 물밑 경쟁이 예상된다.
재건축 진행 단계(입찰→홍보→투표→계약)에 따라 맞춰 놓은 규제를 교묘히 피해 입찰 단계 이전부터 몰래 홍보 활동을 벌이는 행위 등이 그 예다.
조합 임원 김영란법 적용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다.
남경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김영란법에 조합 임원을 포함해도 큰 실효는 없을 것”이라며 “조합 임원은 법 위반 시 직을 잃을 수 있는 공무원과 김영란법을 체감하는 정도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의 분명한 단속 의지와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위반 행위 등을 제대로 감시하고 적발해야 한다”며 “정부의 단속 의지가 강력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교언 교수는 “진행의 투명성을 높여 모범이 될 만한 정비사업은 보상해주는 안도 있어야 실효성 있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외부 전문인에게 맡기는 방식이 투명성을 높이는 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