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한·중 양국 정부가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 발전궤도로 조속히 회복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해빙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상 회복에 대한 낙관보다 이번과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계와 함께 사업 다각화에 대한 자성론, 정부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그룹이 1조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을 비롯해 사드 문제에 따른 우리 경제 손실이 7조 원에서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수많은 기업의 근로자와 상인들이 생존 위협에 시달렸다.
국내 산업계가 겪었던 중국의 무역 보복은 예견됐던 사태였다. 2000년대 한·중 간 마늘 파동을 비롯해 2012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외 기업들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한·중 관계가 개선됐다고 해서 산업계의 중국 내 경영 환경이 단시일 내에 개선될 수 있을까? 한·중 정부의 합의 발표 직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자동차, 휴대전화 등이 1년밖에 안 되는 시간에 중국 시장을 잃어버린 것을 비롯해 중국에서 한국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은 중국 정부의 보복 결과가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이 부족한 데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들의 잘못은 없으며 사드 피해 책임을 모조리 국내 산업계에 전가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3500곳에 이른다. 대중 수출 의존도는 25%다. 인구 13억 명을 웃도는 중국 시장을 국내 산업계가 포기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드 사태와 같은 일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일부 기업은 사드 사태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동 등으로 진출해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 역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마련된 대화 창구를 통해 정치 문제는 물론 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관련 기구를 설립하고, 사드 사태처럼 기업의 피해 발생 시 도움을 줄 기업보상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산업계의 피해에 무대책과 소극적 자세로 임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구체적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