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2017년 10월을 마냥 행복했던 때로 기억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아마존의 주가는 11%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그러나 미소가 만연한 기업이 있다면 우는 기업도 있는 법. 얼마 전 아마존이 새롭게 진출을 예고한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관련 업체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유통 공룡 아마존이 독자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출시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대만의 스포츠웨어 제조업체인 마카롯 인더스트리, 에클라 텍스타일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롯 인더스트리는 일본 캐주얼 브랜드인 유니클로 의류 제품을, 에클라 텍스타일은 나이키, 언더아머 의류 제품을 각각 생산한다. 아마존 대변인은 이 보도를 “소문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스포츠웨어 진출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아마존이 작은 날갯짓을 보이자 스포츠웨어 업체 언더아머는 허리케인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언더아머로서는 아마존의 스포츠웨어 사업 진출이 달갑지 않다. 지난달 31일 언더아머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액이 14억 달러(약 1조5600억 원)로 시장 전망치인 15억 달러를 밑돌았다. 이에 언더아머의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21% 폭락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는 아마존이 언더아머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은 현재 의류, 신발 같은 제품 판매의 수익 중 89%를 북미 지역에서 창출하고 있다. 아마존이 독자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출시하면 언더아머는 북미시장에서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의미다. 파이퍼제프리의 에린 E. 머피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은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연륜 있는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1위 의약품 유통업체인 CVS도 ‘제2의 월마트’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마존이 의약품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농후해진 탓이다. 아마존은 미국 12개 주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했다. 의약품 도매와 온라인 판매, 헬스케어 산업을 본격화한다는 신호다.
월가는 CVS를 향해 ‘혁명적인 방어’가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8일 아마존이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 CVS의 주가는 급락해 시총이 순식간에 130억 달러 증발했다. CVS는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를 인수합병해 경쟁력을 키우려 하나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홀푸즈마켓을 인수해 공급망을 더 꽉 쥐게 된 아마존은 의약품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CNBC는 분석했다. 더욱이 의약품이 집으로 배달된다면 의약품 유통업계에는 돌풍이 불어닥치는 것이다. 아마존은 유통·물류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부터는 미국 37개 도시에서 빈집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키’를 시작한다. 이제 집 앞을 넘어 집 안까지 주문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이 의약품 사업에 진출하면 집으로 날아오는 약 봉투를 받아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의약품 사업은 아마존에 확실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약품 유통을 위한 인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CNBC는 정식으로 아마존이 의약품 사업에 진출하려면 미국 약국경영자협회(NABP)로부터 ‘인증된 유통 업체(VAWD)’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의약품 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본을 쏟기는 쉽지만 VAWD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