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용비리가 너울이 돼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NH농협금융, 수출입은행, 우리은행이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건 서막이다. 클라이맥스가 언제쯤일지, 그 절정의 순간이 어느 권력층까지 포함될지는 현시점에서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도 “채용비리가 심한 곳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 내에서 “억울하다” “너무하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채용비리 등을 종합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 이병삼 전 부원장보가 구속되자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고위직 인사 전원이 교체될 것이라고 하자 “우리만 본보기(희생양) 삼는 것 아니냐” “또 교수 출신이냐” 등 서술하자면 분량을 맞추기 어렵다.
이런 인식의 근저에는 특혜 의식이 있다. 금감원에서 일했으면 퇴직 후 서너 자리는 돌 수 있다든가, 자리 보전이 안 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느냐는 식의 인식이다. 서로가 서로를 당겨 주고 챙겨 줘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불만으로 변형된 것이다.
조직의 수장은 내부 구성원의 마음을 달래 줘야 한다. 저 먼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 또는 일부의 부정을 모른 채 눈을 감고 가자는 뜻은 아니다. 새 술을 기존 부대에 담아도 청소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