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제 유가는 올해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중동 정세가 악화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감축 계획 등으로 유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BEP)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계획이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WTI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국제 유가에 영향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미국의 셰일오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셰일오일은 현재 원유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로 자리잡았다. 미국이 유가 하락 시 감산을 하는 반면, 가격이 상승하면 증산을 하는 방법을 통해 유가의 상단과 하단을 모두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셰일산업의 BEP에 따라 국제 유가의 상단과 하단이 결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셰일산업은 내년도 물가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채굴기술의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BEP를 하락시키면서 유가 하락에 압박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셰일산업의 BEP는 대략 40달러 초중반대로 올해 6월 확인했다시피 유가가 45달러를 하회하면 미국의 산유량이 줄어들며 추가 하락을 방어하게 된다”며 “반대로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국제유가는 추가상승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 국제 유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슈는 OPEC의 감산 계획이다. OPEC 감산안은 이달 말 회의에서 연장될 가능성이 높지만, 감산으로 인해 유가 하락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0년도 이후 OPEC이 의미있는 감산을 한 사례가 거의 없고, 미국의 셰일기업들이 원유 공급시장에 뛰어든 뒤 OPEC의 감산 만으로 유가가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통해 시장점유율(MS)을 잃고 있는 가운데 아람코의 상장 이후 감산 정책을 이어갈지도 지켜봐야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의 성공적 상장을 위해 감산 정책을 펴고 있으나 기업공개(IPO) 이후 시장점유율 회복에 나서기 위해 산유량을 큰 폭으로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가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15년 원유시장의 치킨게임도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이 10% 아래로 내려오고 미국에 추월 당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사우디가 내년에도 유가 방어를 위한 감산 사인을 계속 보내겠지만 그럼에도 공격적 감산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