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무관세"를 요청했다. 쩐 다이 꽝 국가주석도 우리 측 요청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현대차의 현지 조립생산과 상용차 반조립(CKD)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1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다낭시 정부청사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쩐
주석과 함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베트남 투자 확대를 위한 현지 정부의 협조도 요청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무관세"를 강조했다. 쩐 주석 역시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며 우리 측 요청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현대차는 중국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수출선 다변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대외 정책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본사 해외영업본부 조직 아래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아세안(ASEAN) TFT도 구성했다. 이 조직은 동남아 시장 판매망 구축과 투자 확대를 위해 시장조사와 관련 법규 점검 등을 담당한다.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첫 번째 수순으로 베트남 생산과 반조립 공장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베트남 탄콩에 승용차 조립생산과 판매를 위탁해오다 올해 상반기 자본금 660억 원의 승용차 합작법인을 세워 공동 운영형태로 변경했다. 승용차 공장을 증설해 현재 연간 2만 대의 생산능력을 오는 2020년까지 연간 5만70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은 아반떼, 싼타페, 포터 등을 조립 생산 중이다.
베트남 닌빈성에는 내년 말까지 2.5t 이상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연간 2만∼3만 대 생산할 수 있는 CKD 조립공장을 건설한다. CKD(Complete Knock Down)는 반조립제품 수출을 통한 현지 조립생산을 의미한다. 부품 상태로 차를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 완성품으로 판매하는 것. 베트남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많이 쓰는 방식이다. 완성차를 수출할 때보다 관세가 싸고, 현지 공업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CKD 수출은 베트남 파트너사가 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을 내고, 현대차가 기술지원 및 CKD 차량 수출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품 무관세를 요청한 만큼 현지로 나가는 부품은 물론 반조립 부품의 무관세도 기대된다.
현대차가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적극적인 외국기업 유치 활동으로 현지 투자환경도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유연한 시장 환경 덕에 다국적 기업의 다양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자율 시장의 유연성 덕에 다국적 기업의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전초기지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하노이 박닝에 스마트폰 공장을 세웠고, 옌빙공단에 2공장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기는 하노이 타이응우옌에서 카메라 모듈과 휴대전화용 기판을 생산 중이고, 삼성물산은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각각 화학과 철강 등 상사무역을 펼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베트남을 방문,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현지 자동차시장 현황과 투자 계획 등을 밝히고 베트남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수교 25년 동안 베트남은 한국의 4대 교역 투자 대상국이 됐고, 한국은 베트남의 3대 교역국이자 제1의 투자국으로 발전했다"면서 "지난해 양국이 합의한 2020년 교역 목표 10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