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고 65%에 달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이자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고리대금업만큼 높은 이자가 사실상 지자체 세금에서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연금의 2018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BTO 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민간 사업자를 통해 최고 9.16% 투자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해 운용수익률(4.7%)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BTO 사업을 통한 투자수익률이 높은 것은 국민연금이 투자 시 사들인 채권의 이자율이 65%에 달할 정도로 고금리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서울고속도로 등 4개 민간 사업자에 지분투자와 선순위·후순위대출 등의 방식으로 총 3조 32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중 후순위채권은 7184억 원 규모에 대해 20~40%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다. 적용 이자율은 이자 지급 시점에 따라 향후 65%까지 상승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민자도로의 경우 준공 이후 초기 영업이익이 낮아 준자본 성격을 지니는 후순위채권 투자에서 높은 이자를 받는 구조다. 그러나 이자의 50% 이상이 민자사업자의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재정지원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민간에 맡기고 당초 예상했던 수익을 못 낼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를 통해 수익을 보존해 준다.
이에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BTO 사업 4곳에서 발생한 선순위채권과 후순위채권 이자 수익 1조7253억 원 중 54.5%(9402억 원)이 정부 재정지원으로 조달됐다. 국민의 세금이 다시 국민연금에 이자로 지급된 것이다. 특히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경우 지급된 이자 6713억 원 전액을 정부가 지원했다.
이에 지난달부터 국토교통부와 국민연금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의 자본구조 재구조화를 추진키로 하고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다. 실제 최근 재구조화 사례를 보면 서울도시철도 9호선과 인천국제공항철도 등이 당초 11~14%였던 수익률을 3~5% 수준으로 조정한 바 있다.
민자사업을 시행하는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높은 이자를 계속 받기 위해 채무 상환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며“모두가 꺼리는 사업에 참여한 데 대한 보상은 따라야하지만 과도하게 세금이 들어가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