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서 섬유까지’를 외치던 SK그룹이 최첨단 IT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에서 고 최종현 회장,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지는 혁신 정신으로 직물회사로 시작했던 SK는 정유사를 넘어 통신·반도체 등 첨단을 걷는 회사로 우뚝 섰다.
SK그룹은 오는 1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서 최종건 전 회장의 44주기 추모식을 연다. 이 자리에는 차남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3남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조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모태는 직물제조회사인 선경직물이다. 최종건 창업주는 1953년부터 선경직물을 운영하기 시작, 1965년 화섬산업에 진출하며 그룹 성장의 토대를 닦았다. 1973년 최종건 창업주가 사망한 이후 동생인 최종현 전 회장이 사업을 이어받았다. 최종현 전 회장은 섬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석유와 통신 등으로 다각화 했다. 1980년 당시 선경그룹이었던 SK는 재계 10위권에 불과했지만 국내 최대 국영기업이었던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했고, 1993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다.
이처럼 최종건 창업주와 최종현 전 회장이 SK그룹의 기본 골격을 다진 뒤 최종현 전 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은 다시 한번 SK그룹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창하며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최근 슈퍼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사업으로 SK하이닉스는 명실상부한 SK그룹의 주요 그룹사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 들어서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고 LG로부터 실트론을 사들이고, 낸드 플래시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SK그룹은 세계적 제약회사인 BMS의 아일랜드 생산공장을 통째로 인수하며 바이오·제약 분야도 육성하고 있고, 중국 2위 물류기업인 ESR(e-Shang Redwood Group)에 투자해 급성장 중인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 해결,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공유 인프라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공유 인프라는 SK그룹이 보유한 유·무형의 기업 자산을 협력업체나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등과 나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