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센스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본 도시바의 TV 사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TV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만 도시바의 TV 사업이 존재감이 낮은 만큼 단기간에 전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중국 및 일본 외신에 따르면 하이센스가 도시바의 TV 부문 자회사 ‘도시바 영상 솔루션’주식 95%를 129억 엔(약 1270억 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하이센스는 도시바 TV의 제품과 브랜드, 운영서비스 등 사업은 물론 도시바 TV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 사용권을 40년간 갖게 됐다. 이번 거래는 내년 2월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도시바는 1960년 일본에서 최초로 컬러TV를 발매하며 한때 일본 TV 제조산업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및 자본력으로 뭉친 중국 업체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이센스는 13년 연속 중국 컬러TV 판매량 1위를 기록한 TV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3분기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지난 2분기만 해도 하이센스는 6위에 그쳤지만, 일본 샤프의 북미 TV 사업권을 매입하는 등 왕성한 M&A 먹성으로 3분기 4위로 치고 올라왔다.
일본 가전 업체가 중국계 자본의 품에 안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일본 전자업체 산요의 세탁기와 가정용 냉장고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산요 사업 부문 인수 이후 가전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하이얼은 올해 1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도 사들였다.
앞서 도시바도 2015년 백색가전 생산거점 중 하나였던 인도네시아 공장을 중국 전자업체인 스카이웍스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백색가전 사업부까지 중국 메이더에 넘겼다. 지난해 대만의 폭스콘도 일본 디스플레이의 상징적 존재인 샤프를 인수하며 중국 자본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넘어가며 삼성, LG 등 국내 가전 업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일 전자기업 인수합병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되면서 점차 M&A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샤프의 경우 폭스콘에 인수된 후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도시바 TV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1% 미만이다. 6%대의 하이센스와 합쳐도 7% 정도 수준이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28%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센스와 도시바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편”이라며 “하이센스 입장에서는 중국 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욕심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도시바의 매출의 70%가 일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하이센스가 일본에서 점유율을 올리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더욱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