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이른바 ‘워라벨(워크앤라이프밸런스, Work& Life Balance)’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주 35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발표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운영하며 근로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에 남다른 의지를 보이며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히는 국내 기업 5곳의 정책과 제도를 살펴봤다.
◇신세계그룹, 주 35시간 근무제…‘휴식 있는 삶’ 롤모델 제시=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게 되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를 시행하게 된다. 단축근로에 따른 임금하락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이마트는 2011년부터 매월 둘째 주 월요일 전 직원 일괄 휴무를 하는 ‘리프레시 데이(Refresh day)’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임산부를 대상으로 2시간 단축 근무 및 개인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법정 휴직기간 외 최대 1년까지 추가로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올해 3월부터는 난임 여성 휴직제를 신설해 난임 진단서를 받은 여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CJ그룹, 근속 5년마다 한 달 휴가에 휴가비까지…남성출산휴가도 2주로 확대=CJ그룹은 다양한 휴가 제도를 도입해 조직원들의 일․가정양립 실현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5년마다 최대 한달 간 재충전과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5년, 10년, 15년, 20년 등 5년마다 4주간의 휴가를 낼 수 있으며, 근속 연수에 따라 50~5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한다.
자녀를 둔 CJ 임직원은 부모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다. 남녀에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달 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보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임신․출산과 관련된 모성보호제도도 법정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확대해 지원한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여성은 기존에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12주와 36주 사이에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랜드그룹, “퇴근 후 휴식권 보장…퇴근 임박해 업무지시도 일체 금지”=이랜드그룹은 7월 퇴근 후 업무 차단, 2주 휴식 의무화, 자체 근로 감독센터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조직 문화 7대 혁신안을 발표했다. 직원 개인의 충분한 쉼과 재충전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국 가정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았다.
퇴근 후 업무 차단은 그룹 내 직원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벨’을 위한 제도로써, 업무시간 이후에 카카오톡 메시지, 메일, 전화 등을 통한 업무지시 차단 등 퇴근 후 휴식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휴가나 대휴 등 쉬는 날 및 퇴근시간 이후에는 SNS, 메일, 전화 문자 등을 통한 연락을 일절 금지하며, 새로운 업무지시는 가급적 일과 시작 시간에 요청, 그리고 퇴근시간 임박한 업무지시도 일체 금지한다.
다만 인명사고, 해외 시차로 인한 소통, 온라인 관련 돌발상황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시에는 별표 문자표시를 문장 맨 앞에 표기하여, 부득이 연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리도록 했다.
◇아모레퍼시픽, 시차출퇴근제․현장출퇴근제 시행…임산부 하루 6시간 단축근무=아모레퍼시픽은 2011년부터 시차 출퇴근제인 ‘ABC 워킹타임(ABC Working Time)’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의 창의적 몰입을 도모하기에 나섰다. 출근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서, 해외업무가 많은 팀 등 개별적인 업무 방식의 차이점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많은 임직원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업 사원의 업무 방식을 배려한 ‘현장 출퇴근제’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현장 근무가 많은 영업사원들의 사무실 출근 등 불필요한 이동 시간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현장 밀착형 영업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더불어 새로운 휴가 문화 도입에 힘쓰고 있다. 기존에 하절기(7~8월)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여름 휴가를 연중 휴가로 확대하고, 샌드위치 데이를 지정 휴일로 정하는 등 임직원들의 재충전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장기근속 근무자 특별 휴가, 생일자 반차 제도(생일 당일 오전만 근무), 자녀 입학·졸업일 휴가 등의 제도를 마련했다.
임신중인 예비맘을 위한 다양한 배려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예비맘 구성원에게는 일 6시간의 단축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임신 기간 무리가 갈 수 있는 허리를 지탱하는 특별 제작된 임산부 전용 사무실 의자와 다리 붓기 방지용 발 받침대, 전자파 차단 담요 등 예비맘 배려 3종세트 물품이 지원된다.
◇KT&G, 5년 마다 15일간 휴가ㆍ육아휴직 1년→2년으로 확대=KT&G는 조직원과 그들의 가족이 행복한 삶을 돕고자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힘쓴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휴가를 갈 수 있는 ‘리프레쉬 제도’다. 입사후 5년마다 15일 간의 휴가가 주어지며 휴일을 포함하면 최대 23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휴가비도 5년차는 100만원, 10년차는 120만원, 30년차는 300만원으로 지원한다.
영업사원들의 자유로운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릴리프요원 제도도 시행중이다. 릴리프요원은 휴가를 떠나는 영업사원을 대신해 공백을 메우는 전담인력으로 원활한 업무를 위해 현장업무 잔뼈가 굵은 베테랑 사원들로 구성된다.
또, 저출산 문제 극복방안으로 출산휴직을 지난해 1월에 도입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했다. 출산휴직은 임신사실 확인 후부터 최대 1년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육아휴직은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 한 자녀당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무엇보다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현실적인 육아휴직비가 지급되는데, 1년차에게는 월 100만원(정부 지원금 제외), 2년차에게는 월 200만원씩 지급해 경제적 부담을 해소했다. 이외에도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정시퇴근을 시행하는 ‘패밀리데이’, CEO가 직접 작성한 초등학교 입학 축하카드 이벤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