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이동통신 3사에 ‘필수설비’를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통신사들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간망 사업자인 KT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비용절감 등 수혜를 입게 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필수설비 공동활용 여부에 따라 5G 경쟁력 선점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평창올림픽 통신망 훼손 시비를 놓고 KT와 SK텔레콤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것도 5G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통신사들과 5G 필수설비 공동활용을 위한 본격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근 5G의 효율적인 구축과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전담반을 가동,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LTE는 물론 5G 구축에도 전신주, 광케이블, 통신관로 등의 필수적인 유선설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KT가 국내 전체 전신주의 93%, 관로의 72%, 광케이블의 53%를 보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가 필수설비에 각자 투자하게 되면 비용부담이 큰 만큼 ‘2019년 5G 세계 최초 상용화’ 일정을 맞추려면 KT가 가진 필수설비를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의 특성을 가진 5G는 LTE 대비 3배 이상의 촘촘한 기지국 구축과 연결이 중요해 KT의 필수설비 활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3사 속내는 각각 다르다. 일단 다수의 필수설비를 보유한 KT는 “통신설비 개방이 자칫 타 사업자의 무분별한 무임승차로 이어져 전체 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장비·공사 업계의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당연한 조치라며 찬성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는 기간사업자로 전국 모든 건물까지 진입할 수 있는 관로, 전주 등 설비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후발회사는 건물주, 지자체의 굴착 불허 등 물리적 제약 등으로 통신망 구축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자 투자로 인한 10조 원 이상의 투자비는 고스란히 소비자 요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필수설비 개방 협의가 시작되더라도 이용료 산정기준도 두고 통신사 간에 기싸움 제2라운드가 벌어질 공산도 크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KT에 과도한 필수설비 이용료를 대폭 낮출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KT는 현재 수준(매출의 25%)의 산정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