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가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2030년에는 중국이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 ‘1강’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30년 전 세계 경제에 미국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529억 달러로 중국보다 20% 큰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능가하며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아시아는 감기에 걸린다’는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오랜 기간 아시아에게 가장 큰 수출국이었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10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대중국 수출액은 대미 수출액을 넘어섰다. 2016년 ASEAN의 대중국 수출은 1430억 달러(약 152조2235억 원)로 대미 수출보다 9% 높은 규모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의 대중 수출은 13조3842억 엔(약 125조8275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러한 무역 추세가 이어지면 아시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하라 켄코 일본경제연구센터 선임 연구원은 “2030년이면 동남아와 일본에 대한 중국의 경제 파급 효과는 2015년의 1.8배가 되며 미국보다 40%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1% 오르면 33억 달러의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19억 달러에 그칠 것이란 추측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중국의 파급 효과가 미국을 웃돌고 있다. 일본에 대한 무역 수요가 1% 늘었을 때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중국이 28억 달러, 미국은 27억 달러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인프라·설비 투자가 크게 늘면서 일본의 대중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제조업 분야가 기계화, 자동화로 변하는 추세도 산업용 로봇과 같은 일본 제품의 수출 기회가 됐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중국으로의 이동을 부추긴다. 거대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는 TPP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참여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이 이탈하면서 중국에 대한 대항 효과가 떨어졌다. 그 사이 중국이 주도하고 아세안,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까지 모두 16개국이 참가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정치적인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경제력을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는 중국의 태도도 큰 리스크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불매 운동으로 지난해 한국 GDP의 0.4% 감소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의 민주화를 촉진했던 흐름도 중국으로 인해 꺾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