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은 차기 총재 지명 지금도 늦었다

입력 2018-01-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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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에 제롬 파월(Jerome H. Powell)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재닛 옐런 의장의 임기가 2월 1일 만료된다는 점에서 만 3개월 전에 지명이 이뤄진 셈이다.

옐런 의장도 2013년 10월 9일에 지명됐으며, 벤 버냉키 전 의장도 2005년 10월 24일 지명된 바 있다. 대략 임기 시작 3~4개월 전에 지명이 이뤄진 셈이다. 연준 의장은 미 은행법에 따라 7인의 연준 이사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한다. 이후 상원 은행위원회의 청문회를 거쳐 상원 전체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의 표결로 결정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는 3월 말로 끝난다. 4월 1일부로 임기를 시작하는 한은 총재는 현 이 총재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표결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이 총재는 취임 불과 한 달 전인 2014년 3월 3일 내정됐었다. 당시에도 차기 총재 지명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 시점에서도 차기 총재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이맘때면 흔히 회자되는 ‘누구누구 아무개가 유력하다’느니, ‘누가 뛰고 있다’느니 하는 하마평이 확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초 박봉흠 SK가스 사외이사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장병화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김재천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 한은 내외부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기사화한 바 있지만, 이후 별 진전이 없는 셈이다. 그나마 김동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57년생임을 감안해 파트너십을 위해서라도 60세를 전후한 비교적 젊은(?) 인재를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 잠시 돌았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60대 중후반에서 70대 초반이다.

또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면서 정치공학적 배려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 쪽에서 선거 후보자를 배정하다 보면 안배 차원에서 이뤄질 개연성이 높고, 선거 직전 마지막 국회 인사청문회가 될 공산이 커 비교적 무난한 인사를 지명할 필요성도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월에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 대사가 열린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악의 경우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열리는 올림픽 이후로 총재 인선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과거와 달리 복잡하고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차기 총재 입장에서도, 시장 등을 향한 대외 커뮤니케이션 입장에서도 후임자 인선이 빨라져야 하는 이유다.

우선 최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간에 상충(trade-off)관계가 있다는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하고 있다. 즉 경기·고용과 물가 간 관계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금리를 낮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인하하는 중앙은행도 있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지금은 각국 통화정책 공조가 깨지고 있다. 즉, 몇몇 나라는 금리인상을 하는 반면, 몇몇 나라는 여전히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거나 심지어 추가로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은으로서도 통화정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가안정을 제 1목표로 삼고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한은이지만, 경기와 고용 등을 감안해 정책을 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연속성 내지는 대외 커뮤니케이션도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차기 총재 입장에서도 지금까지의 통화신용정책을 살펴보고 총재로서 정책을 설계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급변한 지금, 이주열 총재 취임 때와 같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에만 촉박한 시간은 곤란하다. 연준이 왜 일찌감치 차기 의장을 지명하는지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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