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올해 국내사업의 돌파구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전망이지만 현재의 수주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주 구조가 나아지지 않고 있어 영국원전사업 수주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수주규모는 결국 제자리걸음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200억달러 규모의 영국원전사업 수주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수주규모는 올해보다 지난해(290억달러)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3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원전사업 수주가 유력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올해 수주규모는 전년보다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수주액의 70-80%를 차지하는 규모인 만큼 이 사업을 따낼 경우 올해 총 수주액이 400억 달러를 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크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규모가 일정 수준의 파이는 가져올수 있는 위치에 와는 만큼 300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손 위원은 내다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지난해 해외수주액은 2016년(282억달러)보다 3%가량 증가한 290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300억달러 벽을 넘지 못했다. 과거보다 요구 조건이 많아진 발주처와 눈높이와 자금조달 문제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플랜트와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수주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중동지역과 플랜트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성장한 반면 양날의 검처럼 이 두 요인이 급격한 수주부진의 원인이 된 셈이다.
실제 지난 2016년 107억 달러를 보인 중동수주는 지난해 36.3% 증가한 146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주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중동과 아시아를 제외한 시장의 수주 규모는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공종별로도 플랜트 수주액이 199억 달러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반면 토목과 건축은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수주 비중과 마찬가지로 공종별 수주 역시 플랜트가 68.7%까지 확대되면서 수주 구조 기형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건설업계는 올해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 주택 시장에 집중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시장 규제와 정비사업 발주물량 감소 등으로 올해 국내사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사업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내년도 해외수주 목표액을 올해보다 높게 잡고 있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개발형사업 등을 올해 목표로 내세웠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일부 기업은 해외수주가 작년을 저점으로 올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해 해외에서 수주확대와 수익성을 다 잡을 계획을 세웠다"며 "저조했던 해외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메가 프로젝트 위주의 우리 해외건설 수주구조 특성상 대형 단일사업 수주 성패에 따라 그 편차가 클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 국제유가,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변수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