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자국 투자에 데이터 유출을 우려하며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은 자국 데이터 반출은 엄격히 금지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기업들에는 데이터를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데이터는 소비자의 취향 분석과 예측 등이 가능한 보물창고라 할 수 있으며 그 질과 양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거대 소비시장과 메이저 인터넷 기업을 보유한 G2가 미래 경제활동의 중요한 축이 될 데이터 자원을 놓고 우위를 구축하려는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 산하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2일 세계 최대 송금업체 미국 머니그램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산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세계 200개 국 이상에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니그램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머니그램을 12억 달러(약 1조278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의 인수를 안보 관점에서 심사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자산과 송금정보 등 머니그램이 보유한 막대한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CFIUS가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 측의 개인정보 취급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거는 일이 빈번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CFIUS가 중국 기업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노이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앤트의 머니그램 인수 무산 직후 중국 기업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가 드러났다. 한 알리페이 이용자가 지난해 사용내역을 살펴본 결과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조항에 자동으로 동의하는 시스템을 발견한 것이다. 앤트는 사과하고 시스템을 바꿨지만 미국의 우려가 단순히 노이로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데이터 자원을 둘러싼 G2의 격렬한 다툼을 상징한다. 미국은 애플과 구글, 아마존닷컴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매일 전 세계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한다. 한편 14억 명의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5억 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알리페이도 초당 2000건의 결제 정보를 서버에 축적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 생성량은 오는 2025년에 163조 기가바이트(GB)로, 2016년 대비 10배 커질 전망이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면 그만큼 인공지능(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데이터를 ‘현대의 석유’로 규정했다.
특히 중국은 정권 안정을 이유로 인터넷 통제를 정당화하면서 외국 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어 주요국이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인터넷 안전법’을 시행해 외국 자본이 중국으로부터 데이터를 반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다. 애플이 결국 중국 내 클라우드 사업을 현지 기업에 이관하기로 하는 등 압박에 굴복했다.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통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확산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도 초당파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개인 정보와 유전자 정보 등 미국 시민에 관한 기밀정보가 외국 기업이나 정부에 들어가지 않도록 CFIUS의 심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기존의 군사와 반도체는 물론 미국인 개인 데이터를 가진 기업 모두에 대한 인수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 정보 보호에 까다로운 유럽연합(EU)은 올해 5월 역외로 데이터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는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GDPR)’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데이터 자원 부족국에 속하는 일본은 자유로운 유통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정한 개인 정보 해외 이전 규정을 중국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데이터는 21세기 경제에 절대 필수적인 자원으로 세계 경제 발전 원동력이 된다. 이에 각국은 안보와 인권을 명분으로 데이터 보호주의를 취하는 것보다 공유해야 한다고 신문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