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재무부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자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인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아다니 그룹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세이프가드란 수입 제품으로 인해 자국 제조업체가 손해를 보았을 때 정부가 발동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말한다. 인도 정부가 5일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중국과 말레이시아산 태양광 패널에 200일간 70%의 관세가 즉각 부과됐다.
인도 정부는 반덤핑 관세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제품에 부과될 예정이다. 당국은 “태양광 패널 수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감소 전망이 없다”면서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위협할 정도의 양과 조건으로 인도에 수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미트 쿠마르 PwC 재생애너지부문 애널리스트는 “반덤핑 관세는 자국 태양광 패널 제조사를 유리하게 만들며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태양광 패널 주요 시장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22년까지 100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 건설을 계획해 수요가 높다.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에 인도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중국 태양광 패널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탓에 2013년 유럽연합(EU)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2014년에는 미국이 최대 165%의 관세를 적용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인도로 눈을 돌려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1100% 이상 수출을 늘렸다.
인도 제조업체들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으로 제조업 육성을 장려하는 모디 정부가 국내 생산을 늘릴 희망을 키워줄 것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세이프가드 요청에 동참한 드루브 샤르마 주피터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 나라에 제조업이 없다면 어디에 전기를 팔 것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부에서는 관세 부과로 패널 가격이 오를까 우려한다. 인도산 패널만으로 수요를 채우기 힘들어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수입 제품이 더 저렴하다. 인도 신재생에너지장관조차 “인도의 태양광 장비는 외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특히 중국산에 비해 그렇다”고 인정했다.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는 마노즈 ACME 회장은 “지난해 11월 입찰가를 와트 당 2.44루피(약 40원)로 제시했으나 가격 상승과 정책 변화로 20%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개발업체의 임원 두 명은 “중국산 패널에 70%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전기 가격을 40%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인도 정부의 정책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유사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가전업체 월풀의 요청을 받아들여 연간 120만 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수입품에 50% 관세 부과를 권고했다. 9월에는 태양광 패널업체 수니바, 솔라월드 등의 요구에 응해 태양광 전지와 패널 수입품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