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 과연 맞는 표현일까?
금도는 ‘襟度’라고 쓰며 각 글자는 ‘옷깃 금’, ‘정도 도’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옷깃의 정도’인데 이때의 옷깃은 ‘가슴’, 즉 ‘흉금(胸襟)’이라는 뜻이다. ‘胸’은 ‘가슴 흉’이라고 훈독한다. ‘胸’과 옷깃이라는 의미의 ‘襟’이 합쳐져 ‘胸襟’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이다. ‘흉금을 털어놓고’라는 말은 ‘가슴, 즉 속마음을 다 드러내 놓고’라는 뜻이다.
누구라도 가슴 안에 간직해 둘 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연도 있고 말도 있다. 그렇게 가슴 깊숙이 간직해 두고 싶은 말이기에 다시 옷깃을 여며 꽁꽁 더 감싼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胸에 襟을 덧붙여 ‘胸襟’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흉금의 용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다른 용량의 정도를 이르는 말이 바로 襟度이다. 襟度는 가슴의 깊이와 넓이의 정도, 즉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度量)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금도라는 말을 ‘금지하는 선’, ‘넘지 않아야 할 경계’라는 의미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 정치 금도라는 말도 그런 예의 하나이다. 물론, ‘정치 금도’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도량’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대변인이 말한 ‘정치 금도’는 순전히 문 대통령 개인의 ‘도량’에 관한 문제가 되고 만다.
대통령의 도량을 함부로 거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법이나 제도가 아닌 대통령 개인의 도량으로 판단하여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느낌을 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금도를 ‘넘지 말아야 할 선’이란 뜻으로 사용했다면 그것은 오용이고, ‘도량’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면 부적절한 사용이다. 오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말을 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