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독점 인터뷰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보다 미국에 더 나은 조건이라면 TPP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전의 TPP는 형편없고, 구조는 끔찍했다”고 강조했다.
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칠레 등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직후인 작년 1월, 대선 공약대로 ‘영원한 탈퇴’를 선언하자 나머지 11개국은 일본의 주도로 협상을 지속했다. 이후 작년 11월 11개국은 미국을 제외한 TPP를 이행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명칭도 ‘CPTPP’로 변경했다. 11개국은 오는 3월 8일 칠레에서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며 발효는 내년부터다. 11개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3%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이 빠지면서 축소된 것으로 미국이 다시 합류하면 전 세계 GDP의 40%에 달하는 거대 자유무역협정 틀이 탄생한다.
CPTPP를 주도한 일본의 언론들은 TPP에서 빠지기로 한 트럼프가 갑자기 탈퇴 번복을 시사한 건 취임 2년째로 접어들면서 통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TPP는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가운데 무역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트럼프 정권이 TPP에 재가입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도 대전환기를 맞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TPP 재검토를 시사하고 나선 데는 미국 산업계의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뺀 TPP가 조만간 타결된다는 소식에 아시아 의존도가 높은 미국 수출업자들 사이에서 TPP 복귀 요구가 높아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 때문에 26일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에서 트럼프가 TPP 복귀 검토를 공식 표명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촉구하며 미국이 안고 있는 거액의 무역적자 해소를 주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