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오는 3월 22일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모(63) 씨의 상고심을 전합 공개변론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공개변론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두 번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성남시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의 심리를 통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을 통해 법원 밖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한 등기의무를 하지 않을 경우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형법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다.
피고인인 심 씨는 2012년 10월 경남 고성군에 소유한 토지 1177㎡(356평) 중 660㎡(200평)을 매도하기로 A 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달 후 잔금 7700만 원을 받기로 약정하고 우선 계약금 2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잔금 지급일까지 애초 약속한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못하자 이를 서두르기 위해 도로포장비용을 중도금 명목으로 1000만 원 수령했다.
이후 심 씨는 A 씨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대신 2013년 2월과 3월 각각 B 씨, C 씨로부터 3000만 원과 5600만 원을 빌리면서 A 씨에게 팔기로 계약한 토지에 9500만 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에 A 씨는 심 씨를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1, 2심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재판이 형사법뿐만 아니라 민사법 분야는 물론 부동산 거래 방식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대법원에는 이와 관련된 사건이 27건 있고, 하급심에도 다수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2015년 하반기부터 관련 사건에 대해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합 논의를 진행해 오다 최근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 재판은 해외에서 보기 드문 '중도금 제도'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 주목된다.
대법원은 매도인의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해 왔다. 다만 계약금만 받은 단계에서 배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면 이중매매로 보지 않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 거래 시 일반적으로 통용됐다.
그러나 계약 단계가 아닌 중도금까지 받은 매도인이 이중매매를 한 경우 처벌에 대한 판례는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 관행상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대금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돈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그러나 권리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채 매도인의 배신행위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 온 것이 일반적인 거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도인의 이중매매 문제를 사적 자치에만 맡겨 둘 경우 매수인의 보호가 취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국가형벌권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이중매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방안이 무엇인지 등이 공개변론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