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오래도록 지속성장하는 조직이 되려면 조직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화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죠. 우리도 오랜 시간 노력해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시장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더 나은 문화로 나아갈 수 있는 자극제와 함께 변화 관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장인정 한국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Hewlett Packard Enterprise, 이하 HPE) 인사총괄 전무는 비즈니스와 조직문화는 함께 성장해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이며, 장 전무가 몸담고 있는 HR(인사관리)은 두 영역이 파트너십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직원 개인을 비롯해 부서를 넘어 회사 전체에 스며들게 해 제도와 장치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장 전무는 20년 가까이 기업의 인사기획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 온 HR부문 전문가다.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듀폰(DuPont)에 16년간 몸담고 있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조직의 비즈니스 개발, 조직문화, 다양성·포용, 직원몰입·리더십 개발 등 아태지역 대표로서 인사를 총괄했다. 지난해 한국HPE 합류해 인사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 HPE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이곳에 입사한 후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애사심이 높아 놀랐죠.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가족처럼 편하고 함께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데 기여해왔고, 결국 회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근본적인 저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HPE는 여성인력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부터 눈을 떴다. 여성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와 문화의 시작은 1960~80년대 미국 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여성친화적인 제도와 문화들이 만들어지게 됐고, 휴렛팩거드 역시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1988년부터 조직 내 여성위원회(Technical Women’s conference)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한국HPE도 미국 본사의 경영기조를 본떠 여성친화적인 제도나 문화를 빠르게 수용해 발전시켜 올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유연근무제를 시행해왔고, 매니저와 직원 간의 수평적인 의사소통도 이미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죠. ‘오픈 도어 폴리시(Open door policy )’라는 제도가 있어요, 직원들이 매니저한테 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구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것인데 소통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어요. 통상 기업의 경우 성과관리 차원에서 연말에 피드백을 주고받고 하는데, 이것 역시 우리 회사는 상시 운영돼 연말에 성과 관련 리뷰를 별도로 하는 것을 어색해할 정도죠.”
휴렛팩커드는 여성 CEO를 여럿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칼리 피오리나를 비롯해 2월 사임하는 맥 휘트먼까지 영향력 있는 여성 CEO들이 휴렛팩거드라는 이름 안에서 성장하고 역량을 발휘해왔다. 한국도 여성인력 발굴과 중간관리자를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HPE 전체 여성비율은 19%, 여성 매니저(팀장급)는 15%, 이사급 이상 여성임원은 12% 수준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