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업체 퀄컴 인수에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싱가포르 브로드컴이 인수액을 높여 다시 한번 도전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로드컴이 경쟁사인 퀄컴에 대한 인수액을 약 1200억 달러(약 131조400억 원)로 높여 제시한다고 전했다. 주당 80~82달러에 해당한다. 단 현금 지급분은 주당 60달러로 유지한다. 지난해 11월 처음 인수를 타진했을 때 인수액은 1050억 달러였다. 당시 브로드컴은 주당 70달러 계약을 제시했으며 퀄컴은 인수액이 낮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다음 달 6일 퀄컴 주주총회를 앞두고 브로드컴은 새로운 인수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주총에서 퀄컴 주주들은 브로드컴의 계획안을 수용할지와 이사회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초대형 거래를 위해 퀄컴 투자자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을 연구했고 인수가 확실하지 않았다면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탄 CEO는 이날 퀄컴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와 함께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크리스 카소 레이먼드 제임스 애널리스트는 “수정된 제안은 많은 투자자가 기대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세계 4위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과 3위 퀄컴의 합병이 성사되면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삼성과 인텔에 이은 세계 3위 반도체 제조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다. FT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휴대전화부터 차세대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장 지배자이자 반도체 거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각국의 반독점 심사가 걸림돌이다. 인수가 반독점 규제에 걸려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브로드컴은 인수안에 상당한 수준의 위약금을 포함했다.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인수가 1년 내 종결되지 않으면 퀄컴 투자자들에게 추가 수수료를 지급한다. M&A가 반독점 규제를 통과해 승인을 얻을 것이라고 투자자를 안심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탄 CEO는 “해결할 수 없는 독점 금지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독점규제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합병이 일어나면 국제 규제 당국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WSJ는 브로드컴의 제안이 퀄컴의 주가를 하락시킨 중대한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퀄컴은 특허권 사용료와 관련해 애플과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퀄컴의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 NXP 인수는 반독점 규제 탓에 15개월 동안 장기간 표류하다 최근 조건부 승인됐다. 한편 퀄컴 경영진은 주가 하락은 일시적이며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브로드컴의 제안이 기회주의적이라고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