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을 위주로 한 서울 집값을 보면 이 말만 떠오른다.
지난해 들어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야심차게 수차례의 대책을 내놨지만, 2018년 새해 벽두부터 강남 집값이 말 그대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단지 매매가격이 수억 원씩 오른 데다 그마저도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 이르자 정부에서는 이제 시장에 대놓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연말에 보유세 인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한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18일에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하겠다며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이에 국토부는 며칠 뒤 재건축 부담금이 최대 8억4000만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자료를 내놓으며 압박에 나섰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고가주택까지 보유세 인상 검토 대상이라고 거들었다.
시장에서의 논란이 커지자 김 장관은 ‘재건축 연한에 대해 발언한 바 없다’고 발을 빼며 국민들을 헛웃음 짓게 했다. 여기에 서울 부동산 시장과는 반대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자 일부 지역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논란을 더하고 있다.
서울에서만도 강남지역과 비(非)강남지역으로 나뉘는 마당에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의 낙인을 찍겠다는 발언은 말 그대로 ‘행정만능주의’, ‘행정편의주의’에 다를 바 아니다.
이렇게 정부가 무리수를 내놓는 모습이 ‘집값’ 프레임에 갇혀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것은 몇몇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집값이 하루이틀에 잡힐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어느 정도 시장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때문에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에 미칠 여파를 생각해 신중하게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특정 지역의 집값이 아닌 투기나 갭투자 등 ‘현상’을 예방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기에 공급 확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현 정부 앞에 이런 시장의 요구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인내심을 갖기는커녕 몇 주만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면 대책을 내놓고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 정부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해결책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을 좌지우지할 생각만 가지고 있다 보니 ‘똘똘한 한 채’, ‘풍선효과’ 같은 말만 부동산 시장에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사실 더 꺼내들 만한 카드도 마땅치 않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보유세 인상 정도인데, 조세 저항도 심하고 이미 면역력이 생긴 다주택자들이 움직일 리 만무하다. 오히려 전세, 월세만 올라 서민들의 삶만 팍팍해질 것을 걱정하는 의견이 더 많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집값만 내리겠다는 투사의 모습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부동산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