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알쏭달쏭한 말이 참 많다. 비평(批評)과 비판(批判)과 비난(非難)도 한 예이다. ‘批’를 풀이할 만한 순우리말이 없다 보니 흔히 ‘비평할 비’라고 훈독하지만 ‘批’는 견준(比) 결과를 손( =手)으로 쓴다는 의미의 글자이다. ‘評’ 역시 순우리말 풀이가 적당치 않아 흔히 ‘평할 평’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말을 나타내는 ‘言’과 ‘공평하다’는 의미의 ‘平’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인 것으로 보아 ‘평형을 유지하는 말, 균형 잡힌 말’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判’은 흔히 ‘판단할 판’이라고 훈독하는데 ‘절반(half)’을 의미하는 ‘半(반)’과 ‘칼’을 의미하는 ‘ =刀:칼 도)’가 합쳐진 글자로 시비, 선악, 미추(美醜) 등의 가치를 한가운데를 칼로 자르듯이 공정하고 분명하게 판단한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批評은 견준(比) 결과를 손( =手)으로 써 가면서 신중하게 평가하여 내리는 ‘평형을 유지하는 말, 균형 잡힌 말’이라는 뜻이고, 批判 역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半, 즉 중심을 잘 잡고 손으로 써가며 신중하게 생각한 결과를 칼로 자르듯이 공정하고 분명하게 판단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평과 비판의 사전적 풀이를 보면 비평은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함”이고, 비판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이다. 비평은 보다 더 구체적으로 논한다는 의미이고, 비판은 비교적 간단하게 지적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비난은 ‘非難’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아닐 비’, ‘어려울 난’이라고 훈독한다. 자칫 ‘어려움이 없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고 어떤 일에 대해서 무조건 ‘아니다[非]’ 혹은 ‘어렵다[難]’고만 말하며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잡아 헐뜯는 것을 非難이라고 한다. 비평과 비판은 신중하게 하고, 웬만하면 비난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