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이든 저녁이든 한 끼의 밥을 먹는 일이 끝날 무렵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으레 하는 인사가 “식사하셨어요?”, “식사했냐?”이다. 손아래 사람도 손위 사람도 다 상대에게 ‘식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 사회에 이미 깊이 뿌리내려 널리 사용하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이 말에 대해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이 어디서 온 말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식사는 한자로 ‘食事’라고 쓰며 각 글자는 ‘먹을 식’, ‘일 사’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식사는 글자대로 뜻을 새기자면 ‘먹는 일’이다. ‘事’를 ‘~할’ 다음에 오는 접미사 혹은 불완전명사로 많이 사용하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이처럼 ‘먹는 일’ 혹은 ‘먹기’라는 의미를 가진 ‘食事’라는 말을 아무에게나 들이대기에는 좀 부적절한 면이 있다. 손아래 사람이 손위 사람에게 “먹기했어요?” 혹은 “먹는 일 마쳤어요?”라고 묻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진지 드셨어요?” 혹은 “점심 드셨어요?”라고 말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듣기에는 마치 사극에서나 사용하는 예스런 말로 여겨질지 모르나 “식사하셨어요?”보다는 훨씬 정중하고 안온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은 ‘한 끼 먹는 일 해치웠어?’라는 어감을 떨칠 수 없어서 아무래도 사무적으로 들리고 “진지 드셨어요?”라는 말에서는 공손함이 절로 묻어나는 것 같다.
하기야 요즈음 사회 일각에서는 존댓말을 사용할 필요 없이 어계(語階: 말의 계급)를 무시한 채 ‘YOU’와 ‘ME’ 개념의 평등한 언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 더 이상 공손함이 묻어나는 말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필자는 “식사하셨어요?”라는 말보다는 “점심 진지 드셨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고 또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