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권용원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했다. 권 협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과 규제의 선진화라는 두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중소형사 차별화 전략 △펀드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디지털혁신위원회 신설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모두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다만, 리서치업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생략됐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의 취임사와 취임 전 공약을 통틀어 ‘리서치’나 ‘애널리스트’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증권산업의 씽크탱크인 리서치센터에 대한 고민이 한참 뒷순위로 밀린 셈이다.
리서치업계 역시 새 금융투자협회장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몇 년간 똑같은 고민이 반복됐는데, 새 협회장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커버리지 종목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작성하면, 개인투자자는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일당과 작당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게 현실이다.
민원이 들어오면 금감원은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상장사들은 상장사대로 ‘요주의’ 애널리스트의 IR 탐방을 금지하겠다며 은근히 엄포를 놓는다. 이게 리서치업계의 현주소다.
리서치센터장들이 금투협에 바라는 것은 3개월에 한 번씩 출석해 얼굴을 비치는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니다. 진정한 업계 대변인으로서 금융당국에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바른말을 하면 이를 더욱 칭찬해 주고 보호해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리서치센터장들이 수년간 한결같이 토로해 온 바다. 어깨가 무거우리라 짐작되는 신임 협회장이 업계 곳곳의 작은 목소리들까지 귀담아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