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발 내딛은 中企 기술탈취 종합대책

입력 2018-02-14 10:03 수정 2018-02-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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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점 산업2부 기자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가 불공정한 나라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주는 단적인 문제는 기술 탈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8219개사 중 7.8%에 해당하는 644개사가 기술 탈취를 경험했다. 피해 금액은 1조 원에 이르렀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나 경찰에 이를 신고한 중소기업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정부는 12일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대책’을 내놓고 이를 고쳐 보겠다고 나섰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로 강화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 자료 거래 시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해 이를 위반하면 벌칙을 부과하는 등 일련의 강력한 규제들을 신설했다. 그동안 많은 억울함을 당해 왔던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전향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집행 과정에서 당국 스스로 얼마나 의지를 갖고 실효성을 확보할지이다. 기술 탈취 종합대책은 2016년에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됐는데, 당시에도 이번 대책에 담긴 것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검경과의 수사 연계’ 안 등이 그대로 담겼었다. 실효성은 없었다. 대기업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탈취당하고 홀로 긴 싸움을 해온 중소기업 대표 K씨는 “그동안 정부 제도로부터 얻은 실질적인 도움이 거의 없다”며 “정부가 권고해도 대기업이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건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대기업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정부의 ‘편들어 주기’로 지나친 대·중소기업 대립 구도가 조성되면 종전에 어렵게 정립한 양자 간 협력 분위기까지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수평을 맞추는 일은 규제와 채찍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는 이참에 기둥 하나를 바로 세우되, 가해 기업 규제에만 머무르지 말고 대기업의 우려를 다스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피해 중소기업에도 혼자만의 지난한 투쟁이 아니라 절차와 제도에 입각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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