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애 보기를 전담했던 내 친구의 2년 전 넋두리였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던 일이 지금은 내 삶이 되고 보니 많은 생각들이 교차된다.
이제 12개월차 아기를 키우고 있는 초보아빠인 나는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나름 깨어 있는 남편이라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 하루 동안 독박육아(?)를 하며 내가 얼마나 자기만족에 취해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이 세상의 남편들이 날 욕할지라도 감히 말하자면 하루 종일 독박육아를 해 보지 않은 남편은 육아에 대해 논하지 말지어다.
혼자 아기를 봤던 8시간은 마치 이등병이 전역 날짜를 기다리는 것만큼 길게 느껴졌었다. 밥 먹을 시간은 고사하고 마음 편히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칭얼대는 아기를 혼자 보는 것은 주말에 아내와 함께 하는 육아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난 그동안 아내가 하는 육아를 옆에서 잠깐씩 도와주면서 마치 육아의 반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 코스프레를 해 왔고, 육부심(육아+자부심)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남편이 육아에 익숙하지 않아 혼자 아기 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뿐이지, 절대적인 난이도가 회사 일보다 높다고 할 순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 역시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독박육아 이후로 퇴근 시간 10분 전에 “오늘은 정시 퇴근해요?”라고 묻는 아내의 전화가 애달프다. 나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그동안 저녁 약속이 있어서 늦을 거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던 것이 미안하다. 만약 지금의 내가 몇 년 전 넋두리하던 친구를 앞에 뒀다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그럼 매일 독박육아 하는 너의 와이프는 24시간 애 보면서 언제 쉬냐?”
마지막으로 혹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2세 계획을 고민하는 이들이 오해할까 봐 밝히자면, 그래도 나는 아기가 태어나고 지난 11개월이 내 평생 가장 행복한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