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무의식의 발현이 하나의 루틴(routine: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으로 자리 잡힌 현대인에게 무엇인가를 고치고자 외부인의 지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흔한 예가 골프를 할 때 잘못된 스윙 자세를 고치는 과정이다. 이때야말로 수없이 많은 잡념과 자기 합리화, 복잡미묘한 해석이 존재한다. 고친다는 것은 왜 그리도 복잡하고 힘든 것일까?
코치는 그립부터 어드레스, 백스윙과 팔로스윙에 이어 피니시까지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런 자세로 지금껏 골프를 쳐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다. 자세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길 충고한다. 그저 전문가의 지도를 믿고 따르면 될 일이지만, 고치는 과정에서 익숙한 자세를 버리고 불편한 자세를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 합리화하는 과정인지 여실히 깨닫게 된다. 코치마다 교습법이 다르기에 푸념 섞인 말투로 “지난번 다른 프로님께 배운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해 보지만 새로운 코치가 하는 대답은 늘 똑같다. ‘그게 다 같은 말’이라는 것이다. 이해를 시키는 방법과 예를 드는 형식이 다를 뿐 ‘몸통 회전을 통해 스윙을 해야 한다는 것’ 하나는 누구나 똑같다고 일축한다.
몸통을 턴(turn)하지 않고 팔로만 치는 사람에게는 우측 어깨를 보신각종처럼 좌우로 흔들며 ‘대~앵’ 하며 좌우로 체중을 이동시키는 방법만을 설명한다. 목표물의 방향으로 어드레스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한 시 방향에 목표물을 둔다’는 생각만 하라고 말한다. 헤드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공을 치는 임팩트 순간에 오히려 머리가 정면이 아닌 뒤쪽으로 휙 돌아본다는 느낌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잘못된 스윙 자세를 맹신하는 양 합리화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많이 아는 사람이 왜 지금도 100타를 치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일명 맞춤형 코칭이다.
상대에 따라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약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지속적인 칭찬이 그를 춤추는 고래로 만들기도 한다. 교습이 성공하려면 학습자의 태도와 지도 방법 간 유기적인 심적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로 자기 합리화를 통한 불만으로부터 시작한다. 믿음이 없이 지도받는데 내 스윙이 제대로 수정될 수 있을까? 작심삼일, 스윙 수정은 수포로 돌아가고 돈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믿자, 믿어 보자! 내가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그 어떤 비아냥도, 코칭도 그냥 받아들이고 믿어야 한다. 자기 합리화를 앞세워 감정을 담지 말고 행동으로 고생해야 한다. 계속되는 스윙 교정 중에 무수한 공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을지라도 일단 시키면 시키는 대로,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고생해 보자. 학습자가 아무리 잘났다고 한들 코치의 경험치를 넘어설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무작정 ‘나 죽었소!’ 하며 따라야 할 이유다.
아직 ‘백돌이’의 벽은 깨지지 않고 있다. 설익은 자의 우를 범하지 말자. 몸통을 회전하면 공은 그냥 잘 맞게 되어 있다는 그 코치의 말을 믿어 보자. 그렇게 잘 맞을 때까지 믿으면 잘 고칠 수 있음을 확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