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벌써부터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겨냥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택시 배차 시장을 놓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니와 도요타, 우버, 소프트뱅크 등 분야를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이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택시 배차 서비스 개발을 위해 다이와자동차교통 등 택시업체 6곳과 제휴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올봄 택시 배차 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소니와 손을 잡은 6개 택시업체는 총 1만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로 도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니의 AI 기술은 택시 수요를 예측하고 사용자들이 신속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 수를 조절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소니가 택시 배차 앱 출시 계획을 공식 발표한지 수 시간 후에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사업 확대 의향을 밝혔다. 이날 일본을 방문한 그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시장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에서도 최근 수개월 동안 우버 앱에서 40만 번의 호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택시업체들과 파트너십 논의를 시작했으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택시업체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될 운전자의 처우 개선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택시업계의 반발과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사실상 일반 자동차 공유가 차단된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택시업체들과 제휴해 배차 서비스를 펼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택시 배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달 초 택시 배차 앱 업체 재팬택시에 75억 엔(약 752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재팬택시는 일본 최대 택시업체 니혼코쓰가 세운 회사다. 도요타는 앞서 계열 펀드를 통해 지난해 재팬택시에 5억 엔을 출자했는데 이번에는 본사가 직접 나서면서 연계를 더욱 강화했다.
이에 질세라 소프트뱅크는 도요타의 발표 다음 날인 9일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과 함께 일본시장을 위한 배차 앱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디디추싱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했다.
신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조업 강자와 IT 혁명을 내걸고 있는 기업들이 ‘이종격투기’를 벌이고 있다며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시장에 뛰어든 이들 기업의 관계도 어지럽게 얽혀있다. 우버와 도요타는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우버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런 합종연횡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 코스로샤히 CEO는 “다른 기업들과 협력도 하고 경쟁도 한다. 공존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프트뱅크는 세계에서 차세대 교통혁명을 이끄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며 “소프트뱅크와 협력하지만 우리의 독립성과 독창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올림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통과 숙박, 외식 등에 나타난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하다는 의도다. 신문은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스타 하뉴 유즈루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지난 17일 밤 강릉에서 일본 관광객 특수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는 교통 및 숙박 등 시설 부족에 기인한다고 꼬집었다.